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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텀시티도 못 버텼다... 부산 상권 '대몰락' 시작됐나?

 한때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며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서면과 전포카페거리가 휑하니 비어가고 있다. 웨이팅 리스트로 북적이던 식당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화려했던 간판 아래로 '임대문의'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오피스 공실률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부산 오피스 공실률은 18.1%를 기록, 전국 평균(8.9%)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5.6%)이나 경기도(5.1%)는 물론, 지방 대도시인 대구(10.4%)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부산의 대표적인 신흥 상권으로 꼽히는 센텀시티와 마린시티마저도 공실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지역 기반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되고, 대기업들의 지사 철수가 이어지면서 수요는 급감했는데, 공급은 오히려 과잉 상태"라고 설명했다.

 

상가 시장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부산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2%, 소규모 상가는 7.4%를 기록하며 모두 전국 평균(각각 13%, 6.7%)을 웃돌았다. 권리금이 있는 상가 비율도 64.3%로 전년 대비 1.6%P 감소했다. 임대료는 오피스가 제곱미터당 7100원으로 0.9% 하락했고, 중대형 상가도 3만 100원으로 0.1% 떨어졌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부산의 전통적 상권들의 몰락이다. 한때 부산 상권의 중심지였던 연산교차로 인근은 0.6%의 임대료 하락을 기록했고, 서면과 전포카페거리도 0.4% 하락했다. 심지어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각광받던 정관신도시(0.3%)와 관광특구 해운대(0.1%)마저도 임대료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하락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영업이익과 임대료 간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면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을 결정한 김모(52) 씨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대료가 동결됐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높은 수준이어서 매출이 괜찮아도 순이익을 내기가 힘들었다"는 그의 말은 부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골목 상권에서 시작된 공실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져 이제는 메인 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 회복이 없다면 공실률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